문화재도난과 지방박물관의 역할 [김삼기]
지난해 신문기사에 “차떼기로 훔쳐가도 뭘 잃었는지조차 깜깜‘이라는 제목의 문화재 도난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한겨레, 2006.6.30) 그 내용인즉슨 노인들만 외롭게 사는 농가에 차를 대놓고 옛 고서들을 훔쳐갈 정도로 문화재전문털이범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절도와 도굴은 점차 지능화 전문화되어 땅속에 묻혀있는 매장문화재를 식별할 정도이고 이를 도굴하여 유통시키는 암시장에서의 밀거래도 도난과 도굴을 부추기고 있다.
농촌은 이미 나이 든 노인들만 남아 농가를 지키고 있는지 오래다. 과거 우리의 전통사회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업사회였다. 1970년만 해도 전체인구(31,435,252명)에서 농가인구(14,421,730명)가 차지하는 비율은 45.8%로 두 명 중 한 명은 농촌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농가인구는 이후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하여 2000년 농가인구는 전체인구의 8.7%에 불과하여 열명 가운데 한 명이 채 안 되는 숫자만 농촌에서 살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01년 농가인구는 약 390만 명을 조금 넘었으나 매년 평균 10만명 가량 감소하고 있으므로 농가인구는 계속하여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이 고령화 때문인 농가인구 감소는 갈수록 빨라질 것 같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농사를 기반으로 한 농촌사회의 붕괴를 가져왔으며 그 속에 남겨진 삶의 흔적과 생활문화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미치지 않은 빈집은 잡초 무성한 채 폐허로 변해가고 있으며 일손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 문전옥답도 늘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차례 문화재 도난
2005년 한 해 동안 문화재청에 접수된 문화재 도난신고는 52회였고 도난문화재는 2,531점이나 되었다. 매주 1회 이상 도난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도난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신고되지 않은 문화재를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털이범은 차량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정자의 현판, 고택의 창문, 빈집의 농기구, 심지어 육중한 묘전석물 등 가리는 게 없다. 도난문화재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고문서와 전적이다. 운반이 쉽고 암시장에서의 거래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도난은 주로 인적이 드문 외딴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아무리 신경을 쓰고 단속을 한다 해도 도둑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지난 20년간 무려 17번이나 도둑이 들어 600여년간 종가에 보관해 오던 고문서 2000여 점을 더는 도둑의 등쌀을 이겨낼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종손도 있었다. (동아일보, 2005.11.18)
문화재도난의 주 표적은 개인소유 문화재이다.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마땅히 관리할 인력도 없는 실정이다. 소장가들은 대대로 내려온 선대의 유품이라서 선뜻 남의 손에 맡기려 하지 않는다. 경북 안동에 설립된 한국국학진흥원은 주변지역의 개인소장 문화재만을 위탁관리해 주고 있다. 설립된 지 5년 만에 12만 점이 넘는 개인문화재를 모았다고 한다. 문화재 위탁은 소유권을 개인에 두고 관리만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위탁기관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그보다는 우선 위험에 처한 개인소유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지역박물관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지방박물관이 나설 차례
현재 전국 각 지역에 국공립박물관은 135개이다. 여기에 사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까지 합하면 모두 434개이다. 박물관은 유물을 보존 관리하는 전문기관이자 지역문화를 이끌어 갈 대표적인 문화기관이기도 하다. 지역 문화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이들 국공립박물관은 주변지역의 문화재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물론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문제이긴 하지만 보존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개인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방박물관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박물관은 개인소유 문화재에 대한 위탁관리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일부 박물관에서는 위탁관리를 지원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개인 소장가들은 위탁관리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법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은 가까운 박물관에 위탁의뢰하는 방안이 문화재 보호의 한 대안이 아닐까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실장 김삼기
'문화재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증도가字 세계 `最古` 금속활자 공인되면 (0) | 2010.09.01 |
---|---|
[스크랩] 우리나라 국보 1호~100호.. (0) | 2010.05.20 |
세계 10대 도난 당한 문화재 다시 감상하기 (0) | 2009.03.13 |
미친소만 두려운가 미쳐가는 인간이 더 두렵다 (0) | 2008.05.07 |
부여 왕흥사지 석제사리장치 뚜껑 선명한 진사 문양 (0) | 200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