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저녁 7시. 청계천 소라광장 촛불시위 현장에 있었다. 분노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동아일보 앞, 청계천 초입 광장은 풋풋한 10대와 20대 그리고 시민들의 분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은 그들은 반미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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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청계천 소라기둥 앞 촛불문화제 ⓒ데일리 서프라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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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일부 사이비 언론은 청소년들을 선동하지 말라고 핏대를 올리지만 내가 보기에 청소년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철들어 있었다.
철부지는 오히려 분별없이 쇠고기 협상에 도장 찍은 협상단 대표들과 쇠고기 반대를 외치다가 1년도 안되어 찬성으로 급회전한 한나라당이라는 생각이다.
미친 소의 고기를 마구 들여온다는 정부에 대한 분노, 어린 나이에 언제 광우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미국이라면 기를 펴지 못하는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등이 응어리 진 울분이었다.
“기껏 공부해서 광우병 걸린 미국수입 쇠고기 먹고 죽기는 싫어요. 왜 어른들은 저런 대통령 뽑아 가지고 우리 학생들을 못 살게 해요.”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들은 자기 잘못으로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 해도 우리 자식들은 어떻게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미친 쇠고기만은 안돼요. 온 국민이 반대를 해야 되요.”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전염병인가는 이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미국 산 쇠고기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미국인들도 30개월 미만의 소고기는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왜 지들은 안 먹으면서 한국인은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광우병 위험물질인 변형 프리온은 섭시 600도의 고온에서도 안 죽고 포르말린에 담궈도 죽지 않으며 한번 걸리면 치사율이 100%라고 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에서 50년의 잠복기로 현재로는 병에 걸렸는지 알 수도 없다.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도축하는 소 중 0.1%만을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방역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만큼 국제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검역이 필요하다.(2005년 한국농림부 보고서)
“광우병의 전형적 증상인 주저앉는 소에 대해서도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2006년 미국 농림부감사보고서)
“미국의 치매환자가 약 500만 가량인데 이중 25만에서 65만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추정된다”(미 피츠버그 대학연구조사)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에서 22세 여성 <아레사 빈슨>이 광우병 의심증세로 사망했다. 2~3개월이 지나야 확인되지만 그 동안 우리는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킬 수 없다.”
한 미 쇠고기 협상이 불공정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변명하면 더욱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 준 것이 아닌가.
왜 그렇게 급했던가. 참여정부 때인 지난 해 9월, ‘쇠고기 수입을 개방할 때 수위와 대응논리’를 개발했다. 모두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 가지만 말하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라는 것은 고수한다는 원칙이었다.
이제 1년도 지나지 않아 “안 된다”는 “된다.”로 급변했다.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하루 전인 4월19일 타결됐다. 4.19 기념 선물인가. 백기투항인가.
농림부의 민동석 차관보가 손학규 대표를 찾아와 했다는 말을 들어보자.
“협상을 더 하고 싶었다. 더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민동석 차관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야당 당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훨씬 상식적이다. 4월 19일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대통령의 선물로 쇠고기 협상타결을 마련했다고 이해한다.
쇠고기 협상 후 정부는 빠져 나갈 수없는 불신의 긴 터널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정부의 말 한 마디마디는 불신의 골만 깊게 했고 이명박 정부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럴 때 구원의 기사는 나타나는 것이다. 조중동이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골프를 치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의 확신이 더 부럽다.
“광우병 원인물질이 특정 위험부위에만 있기 때문에 그 곳만 제거하면 광우병에 걸렸든 안 걸렸든 아무 이상이 없다.”
“광우병에 걸린 소로 등심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
청와대의 어느 높은 분은 “민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을 안 하면 된다.”고 했다. 고위 관계자 맞는가.
그렇다면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간곡하게 제안한다. 그러면 조금은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조·중·동의 논객과 청와대 관계자들, 내각, 심재철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수입한 늙은 쇠고기로 만든 특별메뉴를 드시게 하자. 특히 심재철 의원에게는 등심 스테이크를 특별히 만들어 드리자.
그 분들이 안심하고 맛있게 잡수시면 국민들도 조금은 안심을 하지 않을까. 최소한 감염되어 죽어도 지도급 명사들이 먼저 죽을테니까. 그 정도의 솔선수범과 살신성인의 모습은 보여 줘야 한다고 믿는다.
미친 소는 두렵다. 그러나 더욱 두려운 것은 미쳐가는 인간들이다. 지금 미쳐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얘기는 끝이 없고 한이 없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할 말은 하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말 못하고 죽은 송장은 썩지도 않는다고 한다.
나이를 먹은 나는 광우병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좋다. 광우병 병균은 10년에서 40년 까지 잠복기가 있다니까 내 몸에 들어 온 병균은 나의 자연수명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내 자식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손녀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광우병이 두려워 얼마나 떨면서 살아야 하는가. 그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내 자식들이 어떻게 죽어갈지 겁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친 쇠고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미국과의 협상이 있었다. 한미행정협정. 용산미군기지 철수 등 등. 그러나 국민의 건강주권과 검역주권을 이처럼 내동댕이친 협상은 없었다.
힘들지만 남의 나라만큼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일본 만큼은 하라는 것이다. 아니면 협상하지 말라는 국민의 요구다.
국민들에게 미국인도 먹고 재미동포도 먹고 ‘부시’가 먹으니 아무소리 하지 말고 먹으라는 억지는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쇠고기 한번 변변히 못 먹는 주제에 아무 고기나 먹지 무슨 말이 많으냐고 타박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은 지난 4월 23일, 30개월 이상인 소의 뇌, 척수 등은 애완동물들의 사료로도 못 쓰게 했다. 광우병전염 가능성 때문이다. 이렇게 미국은 애완동물의 건강도 지극히 살핀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리 한국인을 애완동물 정도로도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것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쇠고기 협상을 했단 말인가.
민동석 차관보가 고백을 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사실상 '실패'였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입하는 게 일관된 원칙이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들면서 계속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라고 압박했고 결국 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에는 결코 내줘서는 안 될 게 있다. 협상이 깨지는 일이 많은 것은 ‘결코 내줄 수 없는 마지노선’ 지키기 위해서다. 마지노선을 못 지킨다면 차라리 협상을 포기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이번 소고기 협상에서 최후의 마지노선은 '30개월 미만'이라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마지노선을 포기했다. 어떤 정치적 압력도 없다고 했지만 국민들에게 믿으라는 하는가.
지난 2월 미국은 또 한 번 광우병 충격을 받았다. 광우병 의심을 받으며 걷지 못하는 소를 도축한 고기가 학교 안에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집단급식에 사용되었고 전량을 수거하는 리콜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미국은 검역기준이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고 30개월 이상의 소는 판로 꽉 막히게 되었다.
세상이 다 아는 미국 가축업자들과 총기생산업자들의 힘이다. 그들의 압력을 이길 수 없는 미국의회고 의회의 눈치를 살피는 행정부다. 광우병이 발견 되도 우리는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킬 수 없다. 한국인은 죽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뭔가. 그냥 뭐든지 미국이 먹으라면 먹어야 하는 나라인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소고기 협상은 잘못 되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이토록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수 있는가.
이런 국민의 불신을 받으며 어떻게 정치를 해 간단 말인가. 이유는 뭔가. 무너진 신뢰 때문이다. 이에서 신물이 나지만 다시 한 번 기억을 상기 시킨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3개월이 안 됐다. 그런데 위기라고 한다. 왜일까. 출발부터 신뢰와는 담을 싼 정부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시인, BBK 의혹, 오락가락하는 대운하사업,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과 어렌쥐소동, 장관내정자들의 거짓말, 논문표절, 위장전입, 투기, 유방암구설, 숭례문국민성금논란. 강부자내각. 강부자청와대, 이동관 기사압력, 굽신외교. 공교육 말살, 북한관계 냉각, 천황발언, 등등]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잘 할 것 같고 국민에게 희망이 줄 것이라는 기대로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의 믿음이 뿌리부터 흔들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한번 불신하면 회복이 안 된다.
조중동이 기를 쓰고 이명박 정부와 소고기협상을 두둔하고 나서지만 이제 안 된다. 그날 동아일보 앞 청계천 소라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
동아일보를 노려보며 시민들은 소리쳤다.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 미친소"라고 소리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반성해라 조중동" "매국노 조중동" "우리는 살고 싶다" "동아일보 미친 소" "조중동 찌라시"
시민들이 미쳐서 소리를 지른다고 할 것인가. 문득 4.19 혁명이 생각났다. 소라광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서울신문이 있었다. 당시 대표적인 <정부의 찌라시>로 불리던 서울신문은 성난 시민들에 의해 그 날 불타 버렸다.
언론의 바른 길을 팽개친 신문의 처참한 모습은 지금 언론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세상이든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쳐 돌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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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명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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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렵다. 미친 소고기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미쳐가는 인간들이 더 두려운 것이다.
끝으로 한겨레의 실린 서울법대 조국 교수의 ‘시론’ 한 구절을 함께 생각해 보자. 조 국 교수님의 양해를 구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국민은 이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 ‘주주’다.
주주는 언제든지 CEO를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신임 CEO는 주주들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하길 바란다.”
2008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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