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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사기범 "들방조" 주의

한밭양반 2006. 9. 21. 17:42
 


 

▷ - 문화재 사기범 ‘들방조’ 주의

“골동품 고가에 팔아주겠다” 위탁받아 횡령

올들어 전북·경남지역서만 10여건 접수

 

‘들방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들방조란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고가에 팔아주겠다고 위탁 받아 횡령하는 사기조직을 지칭하는 순 우리말이다.

들방조는 왕초격인 전주(장물아비)와 행동대(하수인), 물건을 섭외해 오는 거간꾼으로 조직돼 있다. 들방조에 의해 골동품과 불교미술품 등을 불법 횡령·유통시켜온 사건이 올 들어 전북과 경남 지역에서만 10여건 이상 접수됐다.

실례로 지난 달 전북 전주에서는 각종 불교문화재를 횡령해 내다팔려던 5인조 들방조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청화 스님의 8폭 반야심경병풍을 비롯해 각종 불교관련 미술품과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모란문백자매병 등 6점을 일본으로 빼돌리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불교미술 수집가인 김원기(전주시 인후동·55)씨에게 소장한 불교 미술품을 시가보다 5배 높은 값에 매입해 주겠다며 속여 김씨에게 청화 스님의 8폭 병풍과 불교미술품 등을 위탁받아 달아났다.

이렇게 들방조에 의한 문화재 피해액은 연간 1백억원에 이른다. 현재 들방조 조직원은 전국에 걸쳐 약 200 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문화재 절도 및 도굴범들과 연계돼 있어 문화재를 가져다주고 자금을 변통해 쓰면서 지속적인 사기행각과 절도 및 도굴 행각까지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전북지방경찰청 강력계 김규남 계장에 따르면 들방조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다. 김 계장은 “들방조는 범행대상을 파악해 거간꾼이 문화재를 위탁받아 오면, 행동대가 나서서 인수받아 장물아비에게 물건을 넘기고 10부 이자로 돈을 차용해 쓰며 이러한 횡령이 사건화 될 경우 유령과 같은 바지(사건과 관련 없는 가상인물)를 내세워 바지에게 주었다고 뒤집어 씌워 그를 잠적시켜서 사건을 미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들방조가 더 조직화·국제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 한국에서 들방조에게 사취당한 청화 스님의 8폭 병풍이나 불교문화재가 장물아비의 하수인 김모씨가 북한에서 나온 문화재로 위장해 조선족 최모씨와 함께 서울 문화재 암시장에서 수차례 접선을 시도 한바 있다. 또 일본에서 도난당한 문화재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중국에서 도난당한 문화재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매물로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 허종행 사무관은 “들방조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재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20년으로 연장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법으로 문화재 관련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와 미술품의 장물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공개함은 물론 문화재 장물에 대해서는 선의의 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화 구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병철 기자 sasim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