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가 도둑맞은 보물급 문화재를 놓고 복잡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모씨 등 문화재 도굴단은 지난 1998~1999년 수차례에 걸쳐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에 침입해 불상 등에 들어있던 복장(腹藏:불상 안에 넣어둔 사리나 불경) 유물 수십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이 훔친 문화재들은 고려시대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용비어천가, 금사경(金寫經:금가루로 쓴 불경) 등 보물급 문화재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봉원사는 불상 안에 보관돼 있던 문화재를 도난당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도굴단은 2001년 붙잡혔지만 봉원사에서 도난당한 유물들은 봉원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몇년후 다른 사찰들이 도난당한 사리구 반환운동을 벌이던 과정에서 사리구 도굴단이 봉원사 유물도 훔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제서야 도난사실을 알게 된 봉원사는 도굴단에 대한 형사판결문을 구해 잃어버린 문화재 목록을 확인한 뒤 지난해 8월 “도둑들에게서 압수한 문화재를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동산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당시 국가는 도둑들로부터 봉원사 문화재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해당 문화재 대부분을 돌려준 상태였다. 더구나 아직 국가가 보관하고 있는 봉원사 문화재와 관련, 김모씨가 지난달말 “용비어천가 등은 자신이 도둑맞은 것이다”며 봉원사가 낸 소송에 독립신청서를 제출해 소송이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봉원사로 돌아간 문화재는 능엄경 두 권에 불과하다. 결국 봉원사는 국가로부터 도굴 문화재를 받아 간 사람들을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낼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다른 범죄로 현재 복역 중인 절도범 서씨는 훔친 문화재를 놓고 교도관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씨는 “교도관에게 능엄경언해본 등 고서 세 권의 판매를 부탁하고 돈을 나누기로 했는데 돈을 받지 못했다”며 교도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서씨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도굴을 통해 얻은 물품의 처분대금 반환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고 서씨는 항소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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