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 미니시리즈 기획안>
요절복통 국보 환수기
“밤이면 밤마다”(가제)
열혈 문화재단속반원 허초희와
고미술학자 김범상의 문화재 수사액션멜로 드라마
************
극본 김은희 윤은경
제작 이김 프러덕션
밤이면 밤마다 처녀들 꼬시며 도끼질하느라 날 밤새는 남자가 있다.
밤이면 밤마다 도굴꾼 삽질하는 소리에 잠 못 드는 여자가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함께 뭉쳤다.
이제, 밤이면 밤마다 전국의 도굴꾼 밥줄 끊어지는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기획의도
1996년 가을, 고문서 전문가인 이복규 교수는 조선시대 이문건의 “묵재일기”를 보다가 글자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얼룩에 의구심을 품고 정밀검토 작업을 들어간다. 마이크로 필름을 통해서 얼룩부분이 국문기록임을 알게 된 이교수는 고문서 복원사에게 도움을 구한다. 복원사는 일단 종이가 한 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감추어진 종이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윽고 덧붙여진 종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복원사는 곧바로 분리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산성화가 진행된 겉종이에 중성 여과수를 떨어트리자 겉장을 훼손하지 않은 채 감추어진 안쪽의 종이를 쉽게 분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덧붙여진 안쪽 종이에는 그동안 풍문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조선 중종 때의 금서인 “설공찬전” 국문본이 적혀 있었다. 이는 국문소설의 효시로 알고 있던 “홍길동전”보다 무려 100여년이나 빠른 것으로서 우리 문학사를 다시 쓰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설공찬전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과도 같은 복원 과정을 통해서이다. 흔히 우리는 문화재라고 하면 인사동 골동품 가게에서 돋보기 들고 있는 노인을 연상하거나 혹은 박물관 전시실에 소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도자기들을 떠올리기 쉽다. 맞다. 이것들도 문화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문화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그것을 훔치고 찾고 복원하는 전문가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1. 문화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짜 고수들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이 드라마에는 문화재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흙냄새만 맡아도 고려청자가 묻혔는지 이조백자가 묻혔는지 안다는 희대의 도굴꾼부터 문화재 암시장에 기생하는 전문가 뺨치는 업자들, 도굴된 현장만 봐도 누구누구의 소행인지 대충 리스트가 나온다는 베테랑 사건 반장과 애국심으로 똘똘뭉친 사건 단속반원들, 그리고 첨단 과학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재의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감정사와 복원사들의 희노애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당연히 남녀상열지사도 빠질 수 없으니 바로 우리의 주인공 김범상과 허초희의 살벌한(!) 사랑 만들기가 바로 그것이다. 서로 앙숙처럼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문화재 도난 사건을 함께 해결해가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의 첨성대를 쌓게 된다. 이들의 다소 엽기적인 사랑행각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설레임을 느낀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옥살이를 하고 있는 도굴꾼과 그를 감옥에 집어넣은 단속반원 사이에 생긴 이상한 우정에 가슴이 찡해오기도 할 것이다. 또한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서 감정되고 복원되는 문화재들의 운명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지적 재미도 선사하고자 한다.
2. 인생의 진정한 보물을 찾아서
<진품명품>이란 티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반인들이 집안에 있던 골동품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는 거였는데 그것들 중에는 집에서 연필꽂이로 쓰다가 나온 꽃병도 있고 부엌 한 귀퉁이에 방치되어 있다가 나들이 나온 그릇들도 있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감정나온 물건들에도 각 집안의 애환과 역사 등 사연 없는 물건들이 없었다. 내 할머니의, 내 아버지의 땀과 손길이 머물렀던 물건들... 문득 진짜 보물은 저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에 순번을 매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보 제1호가 제2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보가 아니라고 해서 값어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상이 물려준 유물들은 그 의미를 알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지 문화재이고 보물이며 국보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도난당한 국보급 문화재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 방치 되어있는 유물들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더불어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보물 같은 사람들이 누군지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등장인물
김범상-이동건 (32세) 고미술학 전공 문화재전문가
허초희-김선아 (29세)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원
노정필-기주봉 (58세) 문화재청 문화재사범단속반장
강시완-이주현 (32세) 경찰청 광역수사대 문화재사범 단속반장
왕주현-김정화 (29세)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원
허균- 박기웅 (25세) 허초희의 남동생
김인택 (77세) 범상의 할아버지 / 도자기 장인
박말순-전원주 (75세) 범상의 할머니
홍길동 ( ?? ) 정체불명 도둑
김범상 고미술품 감정 및 복원 전문가
이름도 범상치 않은 그는 고미술품 감정과 복원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제 아무리 정교한 가짜라도 한 눈에 판별해 내고
제 아무리 박살난 도자기라도 반드시 복원해 내고 마는 그는,
제 아무리 눈이 높은 여자라 하더라도 한 큐에 뻑 갈 만큼 잘 생기기까지 했다.
뛰어난 실력에 출중한 외모, 그렇다면 ‘싸가지’라도 없어주셔야 균형이 맞을텐데
김범상 이 남자, 심지어 겸손하기까지 하다!
진보적이나 편협하지 않은 세계관, 친절하고 예의바른 몸가짐,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려 깊은 언행,
그리고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할 것 같은 저 진실한 눈빛.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남자, 김범상.
그런데... 그의 실체는...
이중인격자다!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겸손, 진보, 예의, 배려, 진실의 탈을 쓴 채 살고 있지만 그의 실체는 지 잘난 맛에 사는 에고이스트에 완전 꼴통 마초다. 애국심, 존경심, 이해심, 동정심, 경로심 같은건 눈꼽만큼도 없다. 일편단심? 그딴건 개나 주세요.
왜 그렇게 사냐고 묻지 마라.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이렇게 살아줘야 언니들도 더 잘 꼬이고 남자들한테도 괜찮은 놈 소리 듣고 윗사람한테도 인정받는다. 인간성 좋은 훈남 노릇하는게 아주 아주 피곤하긴 하지만.. 출세하려면 그 정도 피곤함은 감수해야지.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천하무적 이중인격 김범상에게도 숙적이 나타난다.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의 허초희!
그 여자 때문에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아니, 제대로 풀리기 시작한건가?
김범상, 허초희 덕분에 ‘정의의 한 길’을 간다.
본의 아니게.
허초희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
‘초희’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그녀의 아호가 초희다.
허난설헌의 아름다운 연시들을 두고 당대의 못난 남자들은 음란하다고 매도했지만
후대 사람들은 안다. 그녀가 얼마나 위대한 시인이었는지.
허난설헌의 시를 사랑했던 아버지는 초희가 그녀처럼 우아하고 고고하게 살기를 바랬겠지만
불행하게도 허난설헌과 초희의 공통점은 다른데 있다. 바로, ‘오해받고 살았다는 것’
타고 나길 섹시하게 태어났다.
오천원짜리 티셔츠 한 장만 걸쳤을 뿐인데도 감출 수 없는 그 섹시함 때문에
오해받으며 살아온 세월, 삼십여년.
여자들은 초희가 자신들의 애인이나 남편을 꼬셔갈거라는 불안감에 경계하고
남자들은 저렇게 섹시한데 막 살았을게 틀림없을거라고 수근댄다.
그렇다고 성격이나 사근사근하면 오해나 덜 받으련만..
찬바람 휭휭, 말보다 주먹, 듣기 싫은 말은 툭 잘라버리고,
외모에 어울리는 애교 따윈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거기다 또 일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도굴꾼 못잡아 환장한 여자로 보인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하지만 사실 초희는 도굴꾼의 딸.
아버지는 이제 손을 씻겠다고 하고 집을 나가고선 수 년 째 행방불명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제버릇 개 못 준다고.. 틀림없이 도굴하다가 어느 산속에선가 죽었을거라고. 하지만 초희는 아버지 시체를 보기 전까지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단속반이 되었다. 아버지를 찾고 싶어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단속반장 노정필 뿐이다.
맨날 아버지를 잡아서 교도소로 보냈던 노반장이지만 아버지가 실종된 후에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도 노반장이다. 초희를 단속반원으로 만들어준 것도 노반장이다.
사실은 초희가 속정 깊고 눈물도 많고 여린 아이라는 걸 아는것도 노반장 뿐이다.
아버지가 사라진지 7년이 지났다.
이제는 초희도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아버지가 훔쳤던 물건이라도 다 자기 손으로 회수하고 싶다.
그래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도,
도굴꾼 딸년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던 상처도 지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야만 오래 묵혀온 시완에 대한 사랑도 꺼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 전에 급히 손 좀 봐줘야할 남자가 한 명 생겼다.
그건 바로, 천하무적 이중인격 김범상..!
니가 단속반 자문위원이면 다냐?
도굴꾼 잡기 전에 너부터 손 좀 봐줘야겠다 자식아.
강시완 광역수사대 지능3팀 문화재전담반 반장.
3년 전, 광역수사대에 처음으로 문화재 전담반이 생기면서 반장이 되었다.
경찰대 출신의 나이어린 상관이라면 무조건 고깝게 생각하는 광수대의 형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광수대라고 하면 눈에 쌍심지 켜고 아니꼽게 보는 단속반 사람들도 시완만큼은 한 수 접어놓고 들어간다.
성실하고 의리 있고 강직한 성품은 남자들이 쳐주는 시완의 미덕.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면 일 밖에 모르고, 고지식한데다가, 무드 낭만 따위와는 전혀 거리가 먼 재미없는 남자. 거기다 더 결정적 결격 사유, 애까지 딸렸다.
5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잃었다.
어린 딸 지윤이만 남겨놓고 떠난 아내를 가슴 속에 묻고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는 순간이 올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초희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초희 역시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 느끼고는 있지만
초희에게 지윤이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말을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애써 초희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며 살아왔는데...
김범상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는 건 아내 한 명으로 족하다.
초희마저 잃고 싶지는 않은데....
그녀의 상처를 위로해주고 함께 있어주고 싶은데...
본의아니게 자꾸 도와주고 지켜주는 건 문화재청 최고의 내숭녀 왕주현이다.
곰보단 여우가 낫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무리 봐도 여우는 체질에 안맞는다.
특히 여자냄새 풀풀 날리며 남자들 혼을 홀라당 빼놓는 왕주현 같은 여자, 진짜 한심하다.
자신도 남자지만, 왜 남자들이 왕주현 같은 여자한테 목을 매는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이런 여자가 애까지 딸린 남자에게 올리도 만무하지만 온다고 해도 이쪽에서 사양이다.
노정필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 반장
도굴꾼 잡는데 청춘을 바쳤다.
도둑놈 잡느라 애들 입학식이고 졸업식이고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마누라 생일 한 번 제대로 챙겨줘본 적 없다. 그 덕분에 애들은 엄마만 싸고 돌고 남편 대접 아버지 대접 못 받고 산다. 그래도 잡아넣었던 도둑놈들이 출소하면 사비 털어 밥 사주고 차비 챙겨주면서 제대로 살아보라고 어깨 다독여주는 일은 절대 잊지 않았다. 그렇게 산 덕분에 아직도 집 한 칸 마련 못하고 전셋집에 산다. 그래도 도굴꾼 잡다 보낸 삼십년 세월,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제 곧 정년퇴임...
마음만큼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는데 지나간 세월이 벌써 삼십년이다. 한때는 조선팔도 도굴꾼들이 ‘노정필’ 이름 석자만 들어도 삽질하다 오줌을 지린다 했다. 도굴꾼 계보를 쫙 꿰고 있어서 사건 현장만 봐도 어디의 누군지 감이 딱 왔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도둑놈들의 수법도 정교해지고 더 악랄해졌다.
젊은 사람들한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할 시간이 멀지 않은데.....
퇴임을 앞두고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허종행 옮김-